지금, 패션계의 전통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SS/FW, 성별구분 없는 런웨이, See now Buy now 시스템 등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패션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브랜드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속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영국, 트렌치코트. 단 일곱 음절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버버리는 누구보다도 전통과 클래식을 고수한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없는 버버리는 대중에게 외면 받았고, 급기야 올드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힘을 실어준 사람, 크리스토퍼 베일리입니다. 전통과 클래식은 지키며 Newness, Young, Digital을 섭렵한 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2017년 2월, 또 한 번 버버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킵니다.
늘 그렇듯 버버리의 해답은 영국에 있습니다. 2월 신규 컬렉션에서 버버리는 Art라는 키워드로 브랜드를 확장합니다. 현대조각의 고전이라 불리는 영국의 대표 조각가 헨리무어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착장들과 피날레를 장식한 쿠튀르 케이프는 그가 추구했던 추상적 형태, 곡선, 비대칭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한편으로 새로운 버버리를 만들어냅니다. 과거 영국의 아트와 현재의 버버리를 접목하는 전략은 버버리만의 새로운 Art를 만들어내는 미래의 발판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이 이질적이지 않은 것은 새로움을 입히는 그 동안의 브랜드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디지털로의 혁신, 패션을 넘어 영국의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버버리 어쿠스틱, 자신들의 역사•영국 영화를 기념하는 필름 제작, 헨리무어작품과 버버리의 컬렉션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회까지. 가장 영국적인 것을 기반으로 허물어진 경계는 버버리만의 명문화된 새로운 브랜드 언어를 만들어가는 다음 스텝에 힘을 실어줍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위상을 리빌딩하며 Art라는 영역으로 아이덴티티를 확장한 버버리. 경계는 허물어지지만 자신들의 핵심을 유지하며 이제는 패션을 넘어 영국의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새로운 브랜드로의 역할을 기대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