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복원과 재건축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할때는 반드시 그 뒤에 놓인 역사적 배경까지도 이해해야한다. 전후 근대화 시기 핀스버리(Finsbury*) 지역에 지어진 건물 베빈코트(Bevin Court)의 예술 복원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이다.
(*핀스버리: 런던의 옛 자치구, 지금은 ISLINGTON의 일부)
Bevin Court
핀스버리 의회는 전쟁 피폭 지역인 Holford Square를 사회주택으로 복구하기 위해 건축가 베르톨트 루베트킨(Berthold Lubetkin)을 임명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된 사회와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1954년 베빈코트가 완공된다.
루베트킨은 이 복합건물 중심에 3개동을 이어주는 독특한 계단을 설계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오가며 마주치도록 의도한 디자인이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피터 예이츠(Peter Yates)는 건물 입구에 벽화를 남겼다. 핀스버리 문장 속 요소들을 추상화시킨 이 그림은 지역의 역사를 담은 작품으로 건축의 일부가 되었다.
Restoration
시간이 흘러 벽화가 노후되자 원래 상태로 복원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바람이 하나가 되었다. 계단이 물리적으로 사람들을 건물 중심에 모이게 하였다면, 이 그림은 감정적으로 사람들 마음을 한데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빈코트의 예술 복원 프로젝트의 배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빈코트의 거주자는 물론 지역사회 공동체에서도 자발적으로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흔적은 남김 없이 지우고 새로 짓기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아파트 재건축 분위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2016년 3월, 벽화는 원래 상태로 복구되었으며 계단은 본래의 레드, 그레이, 화이트 색으로 새옷을 입었다. 벽화와 계단이 복원됨으로써 베빈코트의 역사는 오늘도 진행중이다.
예술의 복원은 과거를 되살리고 기념하는것 뿐만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있게 한다. 즉, 예술은 우리를 역사 속으로 이끌며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