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 Diamond X Space] The Royal Library in Copenhagen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블랙 다이아몬드가 있습니다. 햇빛이 비추면 표면의 검은 대리석과 유리가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인다 하여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곳, 덴마크 왕립 도서관입니다.
1999년 코펜하겐 남단 워터프론트(Waterfront)에 ‘블랙 다이아몬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대형 현대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섰고 현재 이곳은 ‘Modern-front’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향하는 블랙 다이아몬드의 벽은 전면 유리로 되어있어 안팎에서 모두 워터프론트의 풍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정원의 그 남자
블랙 다이아몬드는 사실 오래된 왕립도서관 건물을 증축하게 되면서 탄생한 공간입니다. 신구 왕립도서관 건물들은 구름다리를 통해 서로 이어져있는데요. 장엄한 워터프론트가 펼쳐진 블랙 다이아몬드와는 다르게 구 왕립도서관 앞에는 아담한 정원이 있습니다. 이 정원 구석에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사색에 잠겨있는 동상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실존주의’ 철학의 시초로 불리는 덴마크철학자 Søren Kierkegaard 쇠렌 키르케고르입니다.
‘øjeblikket’ 과 ‘Søren K’
워터프론트를 내다보는 블랙 다이아몬드 1층에는 카페 ‘øjeblikket’과 레스토랑 ‘Søren K’가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는데요. 왕립 도서관의 오래된 정원을 지키는 이가 키르케고르라는 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게 이 이름들의 깊이는 매우 다르게 각인될 것입니다.
‘Søren K’는 키르케고르의 풀네임 Søren Kierkegaard를 축약해 만든 이름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이름 ‘키르케고르’를 숨기고 보다 고급스러운 발음의 ‘Søren 쇠렌’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것은 덴마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가인 키르케고르의 정신적 유산을 내면에 담아 내면서도 고급 다이닝레스토랑에 어울리는 모던하고 세련된 외양과 음감을 놓치지 않은 매우 영리한 전략입니다.
한편 덴마크어로 ‘moment’를 의미하는 ‘øjeblikket’ 은 키르케고르의 저서 <불안의 개념> 에 등장하는 핵심개념인데요.이 책에서 그는 ‘øjeblikket’이란 절대적 현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순간은 일시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원’의 원자라고 주장했습니다.
‘øjeblikket’이 키르케고르가 남긴 철학적 유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름 옆에 걸린 커다란 시계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곳은 언제나 ‘순간’이지만 그 바늘은 멈추지 않고 ‘영원’ 속을 돌테니까요.
‘덴마크’라는 브랜드
새 왕립도서관을 지으며, 그 안에 들어설 두 개의 편의시설에 덴마크 사람들은 덴마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철학자의 유산을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키르케고르가 남긴 철학은 덴마크 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의 요람이 되어주었죠. ‘øjeblikket’과 ‘Søren K’는 덴마크가 ‘키르케고르의 나라’로 국가 이미지를 적극 형성하도록 돕는 국가 브랜딩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왕립도서관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왕립도서관의 로고는 덴마크 국가 브랜딩의 또 다른 사례!
덴마크 왕실을 상징하는 왕관 속에 왕립도서관의 이니셜(KB - Kongelige Bibliotek)을 마치 테트리스처럼 완벽하게 끼워 넣은 왕립 도서관만의 SYMBOL.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럽 왕조. 그리고 그 속의 세계적인 도서관. 이러한 국가브랜드 자산으로 덴마크 이미지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By 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