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FEW x Space] 시공간을 옮기는 Signage의 마법
밤에만 열리는 문
중앙역 인근은 다 그렇듯 코펜하겐 중앙역 앞 역시 오래된 호텔과 펍으로 즐비합니다.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이 지역은 이미 펍의 천국이었지요. 지금도 코펜하겐에서 가장 늦은 시간까지 마실 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중앙역 앞을 향합니다.
오래된 역사와 격변하는 현대를 동시에 품은 이곳에 ‘밤에만 열리는 문’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코펜하겐에서 Hot Place로 손꼽히는 CURFEW입니다.
옐로우골드의 금속판에 CURFEW라는 글자를 음각한 간판은 사실 낮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곳의 출입문은 숨바꼭질 하듯 벽 속에 움푹 숨어있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죠. 하지만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CURFEW 여섯 글자를 완전히 파내어 매달아둔 금속판에 노란 빛이 쏟아지면 거짓말처럼 선명한 CURFEW가 까만 그림자 속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런 게 바로 간판계의 ‘낮져밤이’일까요?
밤에 발하는 CURFEW의 존재감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Back to 20’s
통행금지(Curfew)가 존재하던 1920년대의 미국에서 이름의 영감을 얻었다는 이곳은 Artistry Cocktail을 추구하는 Vintage Cocktail Bar입니다.
수수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재즈 선율이 흐르는 1920년대가 펼쳐집니다.
"Serving cocktails is a form of art" - Humberto Masques
포르투갈 출신의 오너이자 바텐더인 Humberto Marques는 이곳에서 매시즌 새롭고 독창적인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가 개발한 많은 칵테일 중 가장 사랑하는 것은 그 시절이 남긴 불멸의 Classic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Unforgettable Classic 뿐만 아니라 오래된 레시피북에서 발굴해낸 Forgotten Classic Cocktail까지 이곳에는 1920년대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Unforgettable
통행금지(Curfew)가 존재했던 1920년대 미국은 금주령이 존재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술과 밤, 서로 뗄 수 없는 사이.
당시 통행금지(Curfew)는 금주령과 더불어 술을 마시는 데 가장 큰 장벽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술을 판매하는 칵테일바에 'CURFEW’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곳에 비치된 오래된 책 제목 ‘CURFEW MUST NOT RING TONIGHT’ 또한 그 역설을 말해주지요.
하지만 CURFEW가 밤과 새벽 사이에만 갈 수 있는 ‘1920년대로의 시간여행’이라면, 이 시간여행은 오직 Bar가 문을 여는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그런 면에서 CURFEW라는 이름이 오히려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정설과 역설의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에 CURFEW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요?
The Signage of Freedom
CURFEW의 Curfew를 완성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밤에만 나타나는 Signage입니다.
어둠이 진 거리, 마실 곳을 찾아 헤매는 이들 모두에게
그 빛은 일종의 해방구가 아닐까요?
CURFEW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은 어쩌면
통행금지(Curfew)가 존재하던 그 시절보다는 퇴색해 버린, 그러나 여전히 소중한
‘음주의 자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y RONE
SP TIP_이곳을 들리신다면 '오디세이 넘버10'과 '올드 아이베리언' 칵테일을 강추합니다. 신선한 충격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