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Garden x Space]
칼스버그, 인어공주 그리고 조각박물관
세계 3대 맥주회사 칼스버그.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그리고 코펜하겐의 Must Go Place 칼스버그 조각박물관 글립토테크.
이 셋은 무슨 관계일까요? 그 뒤에는 바로 ‘칼 야콥슨’이라는 중요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칼스버그 2대 사장인 그는 성공한 사업가이기 보다 문화애호가로 더 명성을 날린 인물입니다. 코펜하겐 제일의 관광명소가 된 인어공주 동상도 그의 기획과 제작지원 하에 탄생하였습니다. 1882년에는 자신이 평생 모은 조각품들로 ‘칼스버그 조각박물관’을 설립하였습니다.
칼 야콥슨은 예술이 기득권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항상 경계했습니다. 그가 인어공주 동상을 세운 것 역시 좋은 예술작품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철학은 개관 이래 지금까지 줄곧 시민에게 주1회 무료로 개방하는 조각박물관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는 Winter Garden이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 깊이 자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지요. 이번 x Space에서 포착한 공간은 바로 칼스버그 조각박물관이 품은 ‘윈터가든'입니다.
Winter Garden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 나무와 꽃을 겨울에도 즐기기 위해 디자인한 실내정원을 통상 'Winter Garden'이라 칭합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칼스버그 조각박물관의 정원만큼은 Winter Garden이라는 이름이 더없이 꼭 맞는 맞춤 옷처럼 느껴졌습니다.
보통 박물관이라 하면 입장료를 내고 열심히 작품을 감상하는 1회성 공간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칼스버그 조각박물관'은 코펜하겐 시민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박물관 정 가운데 위치한 실내정원 Winter Garden 때문이지요. 이 정원은 모든 건물과 연결이 되어있는 마치 박물관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돔 지붕 아래 높은 야자수와 조각 분수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덴마크의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언제나 따뜻한 온기와 우거진 녹음을 제공합니다.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잿빛 하늘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우중충한 겨울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덴마크의 날씨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사계절 내내 따스하고 푸른 Winter Garden을 향한 덴마크 사람들의 애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리적 공간, 마음의 공간이 되다
글립토테크가 설립된 1882년, 대다수 시민들에게 야자수는 멀고 먼 남국의 다른 계절을 상징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각박물관의 설립자 칼 야콥슨의 굳은 유지 덕분에 코펜하게너들은 누구나 주에 한 번은 마음껏 그 계절 속 푸르름을 느낄 수 있게되었지요.
반 년 이상 이어지는 덴마크의 긴 겨울 동안에도 푸른 야자수가 가득한 이 정원은 언제나 코펜하게너들을 지탱해주는 '마음의 정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화려한 간판도 없이, 그저 모두에게 'Winter Garden'이라고 불리는 공간. 이 따뜻하고 열린 정원은 예술을 함께 향유하고자하는 덴마크 사회의 정신과 가치를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요?
By 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