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port & Banknote
스위스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서서히 여행객이 아닌 거주민으로서 스위스를 맞이한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면 이젠 모든 것이 익숙해 지는 시간. 하지만 어떤 것도 지루하지 않으니 세심하게 신경쓴 곳곳의 세련됨 때문이 아닐까. 초콜렛, 칼이 먼저 떠오르는 스위스의 디자인은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고 그 넓이가 끝이 없다.
그 중 스위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여권과 화폐 디자인을 소개한다. 전세계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히는 스위스의 여권은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로저 푼트(Roger Pfund)의 작품이다.”대부분의 여권은 늦가을의 잔뜩 흐린 날처럼 매우 칙칙함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디자인한 여권은 컬라풀한 스위스의 이미지다.”라고 말했듯이 로저 푼트는 스위스를 세상 어느나라보다 컬라풀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었다. 그의 디자인이 발표되자 마자 새로운 여권으로 갱신하려는 사람들로 관할서가 인산인해를 이루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공연티켓이나 포스터, 커다란 credit card같은 느낌을 주는 스위스 화폐-프랑은 네덜란드계 그래픽디자인 회사 토털아이덴티티-레옹 스톡(Leon Stolk)이 디자인했다. 프랑은흔히 볼 수 없는 세로형 화폐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작곡가 아르튀르 오네게르(Arthur Honegger) 등 문화, 예술에 기여한 인물이 강렬하고 신선한 비주얼로 등장한다.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고루함 대신 문화, 예술의 대가를 화폐에 등장시킨 것만 봐도 스위스가 문화, 예술에 쏟는 관심과 열정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군더더기 없고 세련됐지만 강렬함을 잊지않는 단단함이 있는 스위스 디자인, 자! 이제 그 매력에 빠져보실까요?